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복지부가 의료시장 개방을 막고 있고, 그동안 의료와 교육 서비스 개혁이 뭐 하나 된 것이 없다. 영리의료법인을 도입하면 우수한 병원이 많아져 의료산업이 커지고 내수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윤증현 장관의 발언이 지난 6일자 조선일보에 실렸다.
그러나 영리법인 병원이 도입되면 우수한 병원이 많아져 의료산업이 커지고 내수 기반이 강화될까. 대부분의 OECD 국가는 주식 투자로 대규모 영리병원을 만들고 이를 통해 내수 기반을 강화한다는 식의 발상을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주식회사가 병원을 운영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병원에 투자가 안 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날로 커져가는 대형병원을 보라. 과잉투자가 문제일 정도로 병원산업은 날로 커져가고, 의대의 인기도 높아가고 있다.
기 획재정부가 주장하는 것이 의료법의 의료기관 개설 주체에 영리법인을 추가하자는 것인지, 건강보험의 적용을 벗어나 진료 수가를 자체적으로 정하는 병원을 인정하자는 것인지 의문이다. 앞의 주장이라면 찬성이다. 지금은 '의사'가 아닌 재력가가 병원을 만들려면 재산을 공적 재산으로 내놓아 '비영리법인'을 만들도록 되어 있다.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병원을 의료인만이 세울 수 있도록 한 것은 오히려 과잉 규제다.
이런 논리라면 영리법인 병원은 의료인에게 국한된 특권을 풀자는 취지이지, '투자 유입과 내수 기반 확대'를 위해서 영리법인 금지를 풀자는 것은 아니다.
해외 환자 유치가 늘어나는데 영리병원이 허용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하는 것은 논리 비약이다. 둘은 별개의 사안이다. 오히려 영리화로 의료비가 높아지면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한 진료비 경쟁력은 떨어진다. 영리병원화가 병원의 질(質)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 미국의 상위 20위권 병원은 대부분 비영리병원이다.
해 외 환자 유치를 위해서는 한국 의료의 신뢰성과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환자를 통한 외화벌이는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지 우리 의료제도가 나갈 지향점이 될 수는 없다.
출처: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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